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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썪다
    오래된/긴 글 2012. 2. 24. 16:58
    1-
    방 바닥에 고여 썩어가고 있다.

    2-
    세상은 험하다. 옛 표현 중 제 숟갈은 물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금수저니 뭐니 하는. 허나 현세는 바야흐로 빈익빈 부익부이다. 가난한 집에서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그걸 뽑아다 팔아서 생계를 잇고 놋수저를 물린다. 아니, 놋도 비싸 천원짜리 스뎅 수저를 대신 물린다. 부잣집에서는 놋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금수저로 바꿔 물린다. 발버둥쳐 봐도 운명은 레디메이드여서 사회에 도구로나 쓰이면 다행이고, 대게는 그 조차도 못되어 나처럼 썩는다.

    3-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흔히 시계라고 불리는 기계 박자에 맞추어 조금씩 흘려보낸다. 개인차는 예외로써 모든 것에 존재하니 그것은 역시 논외. 보통은 고정화되고 획일화된 박자로 시간을 뿜어낸다. 그리고 그것을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열정을 다 할 때는 시간을 쏟는다고도 한다. 시간이 흐른 뒤, 시간이 지나고 등의 표현이 있다. 시간이 자의와 상관없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시간이 모두 흐르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영어에 spend time이라는 표현이 있다. 시간은 자산이다. 소비하는 것이다. 몸에서 흘러나간 시간은 회수 할 수 없다. 그 시간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이다. 시간을 소비하는, 그 흐름의 속도가 그러하며 좋건 나쁘건 등가교환이 그러하다.
    그런 시간을 낭비하도록 유도하는 것들이 있다. 이는 건전한 소비를 유도하는 취미와는 다른 성질의 것이다. 그 중 정도가 심한 것이 TV,컴퓨터이다. 이들 물건은 시간을 모조리 빨아먹는다. 그리고 시간을 빼앗긴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담배를 태울 때 에도, 타들어가면서 회당 제한성을 띈다. 그에 반해 그것들은 무한이다. 심적, 신적 약화나 작업의 비효율성 극대화만이 결과로 나타난다.
    이렇게 낭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부둥켜 안고 버티는
    사람도 있다. 백수 혹은 병자이다. 어떤 경우든 간에 결국 썩는다.
    시간도 고이면 썩는다. 허나 이조차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라 그 상태가 깨지면 쥐고있던 시간이 순간 흩어져 결락감을 느끼게된다.
    결국 다시 시간을 움켜쥐고 썩어간다. 악순환이다.

    4-
    이러한 연유로 오늘도 나는 방 한구석에서 썩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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