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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초
    오래된/긴 글 2012. 2. 24. 16:55

    1-

    양치질을 한다.

    칫솔에 치약을 듬뿍 발라 앞니부터, 차근차근 문지른다.

    이를 닦으며 거울 속의 나를 처다본다. 마치 남을 보듯이.

    거울에 거품이 튈까 입술을 꼭 다문다. 거울을 본다. 내가 아닌.

    혀를 닦으려 거품을 뱉는다. 흰 세면대에 발간 거품이 쏟아진다.

    솔로 오른 입 끝을 들어올려 사랑니를 살핀다. 거울 속에선 왼쪽 얼굴이 일그러진다.

    옆으로 누워 난 사랑니. 보통 일 수 없는.

    다시 물로 입 안을 행구며 빈 솔질을 한다. 맑은 물을 뱉고 혀도 닦는다.

    행여라도 오랜만에 핀 담배 냄새가 날까봐.

    누구에게?

     

    2-

    5번을 길게 누른다. 오류. 다시 길게 번호를 눌러, 차근차근 입력한다. 공일공... ...

    신호음이 작게 울린다. 손가락을 놀려 음량을 적당히 키운다. 행여 듣지 못할까.

    무슨 말을 해야할까. 짧게 머릿 속이 복잡해지는데 -달칵 한다.

    채 심호흡도 전에...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뚜뚜뚜. 음량을 키운 보람도 없이 볼륨키의 엄지 손가락이 공허하다.

    애써 한 양치질은 물거품이 되었다.

    아직 내 번호가 저장되어 있을까. 아저씨. 아니면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나처럼 기억도 없이 손가락만이 그 궤적을 기억하고 있을까.

    후자이면 좋으련만 스피커는 바쁜 심장박동을 울린다. 뚜뚜뚜.

    끊는다.

    액정의 통화시간 21초.

    짧게나마 고민하였을 21초.

    그렇게 너와 난 21초만큼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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