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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백- 낚시에 관하여
    오래된/긴 글 2012. 2. 24. 16:46

     저는 밤낚시를 싫어했습니다. 당신은 밤낚시가 좋다하셨습니다. 저는 밤샘이 싫었습니다.

    학창시절 하루하루가 잠과 싸우는 나날이었으니까요. 황금같은 주말에 낚시라니요.

     

     허나 당신은 밤낚시가 좋다셨습니다.

     

     저도 낚시는 좋았습니다. 바다든 강이든 떠나 아무것도 달지 않은 바늘 강상마냥 던져놓고선

    벙 뜬 찌 멍하니 바라봄은, 그 순간 시간 만큼은 좋았습니다.

     

     허나 당신은 밤낚시가 좋다셨지요.

     

     저도 고즈넉한 곳에 조용히 앉아 물에 달 잠기고 뜨는 소리, 물고기 자맥질하는 소리 듣기를 좋아라 했습니다. 저도 물가에 낚싯대 걸치어두고 바위에 걸터 앉아 코펠에 보글보글 라면물 끓는 소리 듣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밤낚시가, 낚시가 좋다고 하셨지요.

     

     당신의 두 분신이라면 낮이든 밤이든 좋다셨습니다. 당신의 자랑스런 두 아들 곁에 두고, 가슴에 담아두었던 오만가지 말들 들려주기를 좋다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지금에야, 밤낚시도 낚시도 좋습니다.

     

    사회로 나아가 겪게될 세상풍파, 당신이 먼저 겪어낸 것들과 엮어보고 대어보고 또 나누어보고, 낚시가 좋습니다. 낚시대 끝에 시간을 매달아 물과 같이 흐름을, 우리 부자 함께 있음이 좋았습니다.

    낚시를 이해하고 좋아하기를, 당신을 이해하고 좋아하기까지, 스무해가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스무해, 아버지, 스무해나 걸렸습니다. 무섭기만한 아버지가, 아버지의 그 두텁고 거칠은 군인의 손이, 미간에 새겨진 깊은 주름이, 그리고 내 속을 다 꿰뚫어 보는 것 같아 피하기만 했던 그 한없이 매섭고 시리던 눈매가, 얼마나, 얼마나 따스한 것인지 아는데, 제 인생의 전부가 걸렸습니다. 더이상 바늘에 미끼꿰는 당신 손 보지못하고, 만질 수 없게 된 시간에야 기억이 추억으로, 현재가 과거가 된 시간에야, 아버지, 당신을 알게되었습니다.

     

    아버지, 훗날 제가 당신이 되어 저와 함께 서로를 나누어야 할 때가 당도하면, 주저없이, 지난날 어둠에 잠긴 당신 고향, 옛 동강의 빠가사리 우는 소리, 기억하고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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