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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는 흐린 날 남아 낡은 사진첩으로 마음 속 빗장에 금이 갔다 창틀에 박힌 못은 바람이라며 낡은 시간을 가슴깊이 박았다 그대로 삭은 못은 머리가 떨어졌다 바람의 잔재만 가슴에 남았다 바람은 깊게 숨 적시며 떠나보냈다
나하나 사라진다면 세상에 잊을 수 없는 가슴아픈 또 너무나 슬픔있는 추억 하나는 남기고가겠죠 그래도 잊어요 애써서 잊어야죠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1998 8 22 토
빗물 빗물은 기억처럼 빗물은 추억처럼 빨리도 지나가고 하늘에 내린비는 그냥 날 스쳐가고 지금의 추억 기억 그냥 날 스쳐가고 어찌된 영문인지 스친 기억 사라진다 1998 7 21 화
파도가 쓸어온 바다 한 홉 손에 쥐어 곱게 패인 바다 금세 메우자 손바닥에 쥔 바다 네 갈 곳은 어딘가 이다지도 바다는 약동한데
삑 얼핏 스친 한 달에 먹먹한 가슴 손끝에 서먹함이 맺히다 잠깐의 공백 이어지는 생각의 정체 가지가 뻗을 수록 뿌리는 잊혀지고 되짚어 밟다가도 기억에 혹 홀로 스무고개 삑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공허한 시간이 태어났다 그리곤 버려지다
예고없는 비에 함뿍 젖어 침묵에 찌든 무건 외투 풀어내고 새하얀 욕조 속 몸을 담구다 숨 굶은 앞에 하얀 쟁반 위 터질듯 벽해 속 깊은 곳에서 풍기는 짙은 유자향과 함께 큰 소리로 집어 삼키다
머리 한쪽 울리는 귀퉁이 덜그럭 굳은 빗장 내려 앉는 소리 넌 누구니 집은 쉽게 가로 젓는고갯짓에도 풀린 나사에 머리는 덜그럭 덜그럭 부엌의 그릇 부대끼는 소리 그리워 하염없이
움직이기 싫다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일 수 없다 무엇이 움직이는가 나인가 사물인가 손인가 세상인가 자기만족 속에 깃드는 행복 그렇기에 움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