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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나무와 덩쿨이 있었다.
비록 껍질이 거칠었을망정 비도 태양도 가려주었다.
언젠가부터 그늘이 을씨년스러 몇걸음씩 멀어지는 연습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서 보내야하는 긴 시간이 왔다.
나는 잠시 떠나 있었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나무는 없었다.
바닥에 흩어진 마른 잎사귀만이 그 존재가 있었음을 가늠캐 할 뿐.
뿌리가 묻혀있던 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해를 가려주던 가지가 있던자리는 그저 허공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나무를 안고, 나무에 의지해 하늘로 자라던 덩쿨이
나무의 모습으로 서있었다.
쏟아져내리지 않으려, 있는 힘을 다해서 허공을 움켜쥐고
나무의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덩쿨은 잎사귀하나 떨구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슬퍼서 그래서
나는 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