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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상/동강 2012. 2. 24. 16:49

     영월엘 갔다. 이제는 유명해져 길을 찾기 수월해진 한반도지형에를 갔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 넷은 사진을 찍었고 그 전에는 낚시를 했다. 시멘트 공장이 주홍빛으로 우는 밤, 동강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 흔한 모기 한마리 없었다. 밤낚시때에 아버진 담배를 물지 않았다. 그저 강에 찌를 띄울 뿐 이었다. 저 물 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붕어도 잉어도 없었다. 다만 빠가사리만 남아 물을 지켰다. 동강의 밤엔 공장이 떠는 소리와 빠가사리 우는 소리만 진동했다. 간간이 풍덩 떡밥 흩어지는 소리만 섞였다. 나도 담배대신 낚시만 들고 앉아, 바늘에 걸린 가여운 수생동물처럼 외톨이로 우는 소리를 내었다. 동강의 밤은 길었다.

     다음 날 영월의 한 초등학교에 갔다. 폐교인지 방학인지 학교는 비었다. 오래전 우리 넷은 여기서, 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고기를 구웠다. 삼겹살 익는 냄새가 퍼졌다. 나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듯한 검은 시멘트 수조에서 없는 고기를 들여다 보며 고기 익는 내를 맡았다. 그 속이 어두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려움. 그 안에 빠졌다. 물은 깊었다. 가슴께 까지 젖었다. 이끼핀 물, 비린내나는 옷을 입고 수조를 나온다. 젖은 채로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운동장은 하얗다. 어디에도 그는 없다. 교문 앞에 이르러 다시 담배를 거내 물었다. 젖은 담배는 불이 붙지 않는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비가 올 듯 하다. 바람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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