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4-
    몽상/동강 2012. 2. 24. 16:49

     비가 왔다. 하얀 운동장에 점점이 자욱이 난다. 몰고 온 차에 올라탔다. 시트가 빗물인지 빈 수조의 상한 물인지, 젖었다. 차창에 비가 흘렀다. 차 앞 유리로 비는 거칠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이퍼로 빗줄기를 털어냈다. 아니, 털어내려 했다. 끝없이 쏟아지는 비는 계속해서, 낮게 누운 유리 위로 어지러이 아라베스크 문양을 그렸다. 어지러운 눈을 감고 담배를 꺼냈다. 불이 붙고, 담배연기는 꼭 창밖의 무늬를 그렸다. 혀가 따끔거렸다. 속이 매스꺼웠다. 그대로 차를 몰아 강가엘 갔다. 동강은 살은 듯 꿈틀거렸다.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움찔. 연습장. 문을 열었다. 어둔 동강에 담뱃불이 빨갛게 찍혀 타들어갔다. 나로 가득차 있었다. 한장을 찢어 차 밖으로 내던졌다. 강물에 나는 떠내려가고 차 헤드램프에서 쏟아지는 빛만큼 비가 내렸다. 어디에도 그는 없었다.

    '몽상 > 동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0) 2012.02.24
    3-  (0) 2012.02.24
    2-  (0) 2012.02.24
    1-  (0) 2012.02.2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