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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짐짓 기승스럽게 구는 마당에 바람 한 줄기가 서성거린다
잔디를 훑고 다 죽어가는 벚나무의 가지도 훑는다
무심히 흩어지는 지푸라기 속에 내 개가 있다
세마리 아니 네마리여야 한다
아쿠. 깜지. 둥개. 여름,
언제고 있어야 할 것들은 사라지고 오늘밤 떨어질 어느 별, 헛된 바람만 살아있다
얼른 여름이 오면 좋으련마는 영영 겨울일 내 마당에 나 부수어질 날 기다리는 것 있나
발을 굴러도 잔디는 송곳처럼 서서, 찌른다
구르는 바람이 차게 언 발가락을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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