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리 위로 두꺼운 구름, 터질 듯 부풀다 한뭉치 눈을 쏟아낸다.하얀 아침, 눈에 잠긴 길거리로 굴뚝으로서 우두커니 설 사람이쏟아진다.짓밟히는 눈.
나도 그에 동참하야 눈을 밟으며 걷는다. 건널목 앞에서 끊었던
담배를 뽑아 문다. 불은 없다.
흐릿하게 떠오르는 얼굴. 입가에 흐릿하게 피는 웃음. 그러다 사람이 울지못해 웃는, 마지못해 웃는 얼굴을 하고선 실성한 사람마냥 히죽거린다.
그러다 맞은편 사람들 사이, 무릎깨에 작은 구름이 조심스럽게 피어오르다. 부모를 놓친 아이일까, 기다리는 아이일까. 오만가지
상상에 혼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때,
차 신호등도 붉게 달아오른다.
무리를 따라 걷는다.
아이도 종종걸음으로 걷는다.
점점 가까와진다.
노란 중앙선을 넘어갔을 무렵, 아이는 서글프게 하얬다.
얼핏보면 마치 한송이 목화같아 따스해 보이나, 구름같은 모습
사이로 빨갛게 빼꼼 내민 손.그리고, 스치는 찰나에 다른 사람인양, 아는 사람인양 아이를감아올렸다. 꼬옥 안는 아이에게 옛 향이 났다.
들이마시는 숨.
'훕'
하는 소리와 함께 한순간, 아이는 빨갛게 터져나가 피처럼 눈 위로 쏟아졌다.잠깐의 공백.순간, 자동차 경적소리에 황망히 오던 길로 돌아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끝에 간신히 달하여 뒤돌아 보았을 때엔,
그 새 눈이 쌓인 것일까, 아이는 온데간데 없다.
그리고 나에겐 옛 향과 핏자욱만이 남았다. 입에 물었던 담배를
뱉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