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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상/거울 도시 2012. 2. 24. 17:05

    심한 비탈을 내달리는 소년의 심장박동은 언덕을 따라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다. 입에선 단내와 함께 뽀얀 입김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

     숨 가쁘게 뛰어온 아이 앞에는 학교 앞 문방구의 뽑기 통이 가지런하다. 누군가 강제로 속을 내려 했던 것일까. 하나같이 동전 구멍 밑으로 아가리가 휑하다. 돈을 끼워넣고 돌리는 손잡이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소년은 숨을 고르며 쭉 늘어서 있는 통 중 하나를 바라본다. 흔한 만화영화 딱지조차 붙어있지 않아 그 속을 알 수 없는, 아니 속이 텅 비어 무엇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그러한 뽑기 상자.

     그 통을 유심히 바라보던 소년은 가까이 다가서 무릎을 구부린다.

    그러곤 빈 통에 코를 박는다.

     

     하얀 입김이 서려 희뿌연 통.

     

     속이 비었는지 찬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을 무렵, 소년은 손에 쥐고 있던 동전을 기계의 한 부분에 조심스레 끼워 맞춘다.

     

     달그락, 드르륵, 드르륵, 툭.

     

     알수 없을 만치 검은 속을 가진 아가리에서 차가운 금속성과 함께 무색의 무언가가 나온다.

     하나가 남아있던 것일 까마는, 무엇인지 그 형체를 가늠 할 수 없는 요상한 물건을 조심스럽게 집어든다.

     

    그리고 한순간,

     

    날름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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