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매미의 울부짖음이 귀를 때린다. 그 소음은 귓바퀴를 돌고 돌아 고막을 친다.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울리는 소리. 찌는 듯한 더위에 소음이 더해 온몸의 땀구멍을 자극한다. 툭 떨어지는 땀방울에 정신은 더욱 몽롱해진다. 그 아득한 와동에 ‘어떻게‘를 되뇌인다. 더위를 밀어낼 수 있는 방법. 생각은 뇌의 끝에서 끝을 수차례 유영, 왕복한 후에 마지막 한 지접에 도착했다.
바람. 지난 가을 지나가는 바람을 받아 얼려두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고 바로 냉장고 앞으로 달려갔다.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이 플라스틱 막대기에서도 한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삐걱 이는 경첩. 육중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매웠던 빈 공간을 문밖의 후끈한 열기가 채우자 흰 구름이 쏟아진다. 얼음 칸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무더기 얼음이 쌓인 것이 보인다. 그 속에 유난히 흰 얼음. 분명 지난 가을에의 그것이다. 얼음 하나를 집어 한입 콱 베어 물었다. 이 얼마나 시원한가. 그 차가움은 시원하다 못해 고통스럽다. 고통은 어금니를 시리게 하고 귓가에서 차게 돌다 귓속을 쿡 쑤신다. 아. 귓속까지 매운바람. 가을바람이 이렇게 차가웠던가는 기억에 없다. 아마 냉장고의 찬 기운에 더더욱 매서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할 따름이다. 귓가에 서렸던 찬 바람도 가시도 땅거미가 짐에 따라 한소끔 끓은 공기도 슬슬 식는 듯 하다. 앞으로는 하루에 하나씩 이것을 깨먹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가을이 어면 겨울로 가는 바람을 퍼 담아 얼릴 것이다. 올해도 내년에도 앞으로도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