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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데 글씨가 굵어져 읽기가 영 고되다. 둥글게 닳은 끝을 들어 심연기에 꽂아 돌려 깎는다.
네가 준 연필은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너는 내 생각을 대신해 종이 위에 닳아 사라진다. 지금도.
허나 너는 더는 없고,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소리내어 외치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