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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장 2014. 4. 4. 00:52
    너는 내 바다를 보고싶다 했었다. 나는 그러리라 다짐했었다. 다만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았을 뿐. 다짐은 지키지 못했고 너는 날아갔다. 날아간다는 소식에 어디즈음 하늘을 봤고, 입은 열지 않았다.

    네 이름으로 시를 쓴 적이 있다. 마치 꿈처럼, 다섯 자씩 네 연, 스무자의 짧은. 입을 다물 듯, 네게는 보이지 못했고 그것을 대신 본 이는 한동안 내 곁에 머물다 너와 같이 날아갔다. 역시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글을 쓰는데 글씨가 굵어져 읽기가 영 고되다. 둥글게 닳은 끝을 들어 심연기에 꽂아 돌려 깎는다. 네가 준 연필은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너는 내 생각을 대신해 종이 위에 닳아 사라진다. 지금도. 허나 너는 더는 없고,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소리내어 외치지 않더라도. 문득, 네게 준 반지는 어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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