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짧은 글
삶의 경계에 -1
opener_
2012. 2. 24. 16:15
삶의 경계 어디즈음엔가 선술집이 하나 있다.
딱히 주인이랄 것도, 직원이랄 것도, 손님이랄 것도 없는.
그냥 술집은 아니고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이 많은.
그런 선술집에 몸 구석구석 색에 관여않고 기타 등등 모여앉아
다같이 돼지껍데기에 소주를 마신다.
안주가 안주이니만큼 단골이랄 것도 처음이랄 것도 없다.
뭐 처음이라면 어느정도는 말이 통하지 아니하겠다.
그것도 그럴것이 처음온 이는 자꾸 껍데기를 뒤집어 올린다.
말려버리면 반대쪽은 버린다. 자꾸 덜익은 놈을 집어 먹는다.
뭐 덜익은 것은 문제가 되진 않겠다. 취향일 수도 있으니
허나 어떤이건, 설령 사상이 글러먹은 자식일지라도
돼지껍데기와 같이 구워지다 소주처럼 홀랑 넘어가면
세상만사 다 한소리로 내뱉기 마련이다.
뭐 좀 많이 다닌놈이랍시고 안 그런, 혹은 척 하는 놈들도
한 말은 안하겠지, 대신 말은 말로써하고 말은 말로써 듣는거다.
소리는 소리로 들린다. 그뿐이다.
아 나는 말이야
가 오늘 손님의 제곱즈음 듣게될 터인데 그 즈음이면
바닥엔 자기네들 세계가 널려 있겠다.
씹는다. 질겅질겅. 돼지껍데기와 같이 씹는다.
집어든 껍데기가 익었건 덜익었건 간에 그저 껍데기 일 뿐이고
상관않는다. 씹을 뿐이고. 들어주지도 즐어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서로가 떠들뿐이고 그 바람에 모두가 한 소리다.
말은 말로써 들린다. 소리는 소리로 들린다. 그뿐이다.
삶의 경계에선 모두가 한 소리다.
돼지껍데기에 소주를 마시면
그렇다.